2-3 마즈
- 목차 : 케이티 오프닝북 리스트
워낙 이벤트가 없던 탓에 개인 로그에서 생각보다 쉽게 마즈의 연락 코드를 찾을 수 있었다. 겨우 마즈에게 연락이 닿았을 때, 케이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기억이나 할지 걱정이었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그리고 여전히 다정했다. 다행히 마즈는 그녀의 사정을 이해해주었고, 레드 몽키즈 클럽으로 오는 택시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택시는 노마드 경계로 이동했다.노마드는 황량하고 위험한 곳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경계는 일반적인 서민구보다 더 번잡하고 활기차다. 클럽 입구에 도착하자 건장한 바운서들이 그들을 맞이했다. 케이티는 조금 주눅이 들었지만, 마즈는 케이티를 에스코트하며 태연하게 그들과 인사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섰다. 오토바이 헬멧을 들고 있는 모습이 자유로워 보였다. 클럽 내부는 어둡고 음침했지만, 케이티에겐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한 은신처로 느껴졌다. 번쩍이는 네온사인과 웅장한 전자음악이 그녀를 압도했다. 이곳은 분명 일반인의 출입이 쉽지 않은 곳이었다.
“지난 번 이후 처음인가? 나도 그때 여행을 떠나서 오늘 다시 온 것인데,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어제 보고 오늘 또 보는 셈이야. 정말 놀랍지 않아?” 마즈는 반갑게 웃으며 케이티를 안쪽 테이블로 안내했다. 이 클럽은 정말 그때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DDI라고 들어봤어? 운명, 우연, 필연 같은 거 말이야. 내가 오늘 너한테 귀인이 되어야 한다는 점괘가 나왔거든. 그러니까 넌 운명적인 손님인 셈이지.” 둘은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얼굴이 안 좋아 보이네.” 걱정 어린 눈빛으로 마즈가 물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친절했다.
“고마워, 마즈. 널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내가 곤란에 처해서 그러는데…” 안전한 공간에서 술을 마시자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
케이티는 마즈에게 그동안 겪은 일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노신사와의 만남, (주)신성의 수상쩍은 영상, Z 표식을 단 이들의 추적까지. 새우거리의 재생사로 일하며 보고 겪은 모든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Z라… 그런 걸 본 적은 없는데. 신기하네. 근데 넌 그 표식을 볼 수 있다고?” 마즈는 믿기 힘들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케이티의 특별한 능력에 감탄한 것 같았다.
“응,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어. 그냥 보이는 거야, 다른 사람들에겐 안 보이는 그 표식들이.”
“흠… Z라는 건 첨 듣는다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식별마크뿐 아니라 러너들의 배틀 마킹인 것 같은데. 작전이 좀 큰 모양이네. 보통은 좀 더 눈에 띄게 하는데, 투명 잉크라니.”
마즈의 추측에 케이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말이야, 러너가 정확히 뭐 하는 사람들이야? 인공계와 차원계를 넘나들면서 뭘 한다는 건지…”
“러너는 일종의 해결사라고 보면 돼. 의뢰를 받아서 정보를 빼내기도 하고, 물건을 전달하기도 하지. 때론 누군가를 지키기도 하고. 뭐, 법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삶이라고 할까.”
“네가 있던 새우거리가 인공계잖아. 그건 사람이 만든 곳이고, 자연 차원계도 있는데 그곳은 더 위험해.. 러너들은 그런 곳을 넘나들면서 의뢰를 수행하는 거지. 접속기 없는 차원이동은 위험하거든.”
마즈의 설명에 케이티의 호기심은 더욱 커져갔다. 상기된 케이티의 눈빛에 마즈가 너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케이티는 그에게서 묘한 겸손함과 여유를 느꼈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온 사람 같았다.
무대에선 금발의 청년이 뭔가를 죽이고 부수자는 가사의 노래를 지르고 있었고, 홀의 사람들은 시끄럽다고 야유를 보내고 있었다.
“쟤가 크리스야. 레드 몽키즈의 리더. 크리스는 술만 먹으면 저러니까. 신경 쓰지 말아. 이따 소개시켜 줄게. 케이티의 이야기는 크리스가 무척 재미있어할 거야. 좀 또라이지만 착한 친구니까 케이티를 도와줄 거야.“
클럽을 가득 메운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기와 술 냄새. 어둠을 가르는 화려한 레이저 쇼. 귓가를 때리는 북소리와 기괴한 웃음소리까지. 케이티는 이곳에서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