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현실도피
- 목차 : 케이티 오프닝북 리스트
인공계에서의 근무를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 케이티는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니, 칙칙하고 황량한 서민구의 풍경이 펼쳐졌다. 빼곡히 들어선 판자촌과 무질서하게 얽힌 전선들, 희미하게 깜빡이는 네온사인까지. 그것이 케이티가 살아가는 세계의 단면이었다 .
배가 고픈 걸 느끼며 부엌으로 향했지만, 텅 빈 냉장고가 그녀를 맞이할 뿐이었다. 배달 상자 음식은 이제 질릴 대로 질렸다.
'신선한 공기라도 좀 마시고 싶다…'
문득 근처에 새로 생겼다는 푸드 트럭이 떠올랐다.
'잠깐이니까, 괜찮겠지.'
용기를 내어 아파트를 나선 케이티는 구수한 냄새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푸드 트럭이 있다는 곳에 도착하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나마 익숙한 서민구 사람들 틈에 섞여 있자니 안도감이 들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였다. 인파 속에서 수상쩍은 남자들이 눈에 띄었다. 검은 정장 차림의 그들은 무언가를 찾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모르는 척 줄을 기다리는 케이티에게 그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이 여자 맞지? 은발에 푸른 눈을 가진 재생사라고 하더군.” “그걸로 찾을 수 있겠어? 어차피 인공계 모습이잖아.” “까라면 까야지.”
케이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저들이 찾는 건 다름 아닌 새우거리 아바타의 모습이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본능적으로 뒤돌아서서 전력질주로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부르는 듯했지만,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좁은 골목으로 몸을 숨긴 케이티는 모로 벽에 기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머리가 핑핑 돌았다. 숨을 몰아쉬며 그녀는 이런 궁지에서 벗어날 도피처를 생각해 보았다.
문득 떠오른 것은 마즈의 얼굴이었다. 우연히 들른 레드 몽키즈 클럽에서 만난, 그 우호적이고 다정한 청년. 그 역시 러너였다. 러너라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세상물정 모르는 케이티에겐 그런 단순한 기억조차 의지가 되었다. 그곳이라면 안전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레드 몽키즈 클럽까지는 꽤 먼 거리였다. 노마드 지역 한복판에 있는 그곳을 향해 무작정 뛰어갈 순 없는 노릇이었다 .
'마즈에게 먼저 연락해 봐야겠어. 하지만 어떻게…?'
진퇴양난에 빠진 케이티는 속수무책이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클랙슨 소리, 어두운 골목을 배회하는 악취미 가득한 그래피티까지. 익숙한 풍경이 섬뜩하게만 느껴졌다. 새우거리의 평화로운 일상은 이미 깨져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