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공 연기 한모금”
흑공분출 경보가 울렸다.
이 동네에선 별일도 아니다. 창문이 깨지듯 날카로운 사이렌이 울려 퍼지지만, 놀라는 사람은 없다. 이건 태풍주의보 같은 거다. 재수 없으면 날아가는 거고, 운 좋으면 내일도 살아있는 거다.
나는 철제 박스에서 방독 마스크와 흑공 측정기를 꺼냈다. 내 직업은 '수거러'. 흑공이 터지는 곳에 달려가, 뭐든 쓸 만한 걸 건지는 놈이다.
“이봐, 불 좀 붙여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낡은 코트를 걸친 남자가 서 있었다. 허리춤에 찬 군용 벨트, 금이 간 수호사 패치. 오래전에 죽은 줄 알았던 사람.
그는 합성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다.
“수호사님이 웬일이래?” 나는 가볍게 비웃으며 라이터를 튕겼다. 작은 불꽃이 일렁였지만, 흑공이 밀려오는 바람에 휘청거렸다.
“넌 안 뜨냐?”
“난 수거러야. 여기 남아도 살 방법은 알아. 하지만 넌?”
그는 대답 대신 담배를 깊숙이 빨았다. 딸기와 박하 향이 섞인 싸구려 연기가 퍼졌다.
“10년 전, 이 골목에서 싸웠지.”
나는 침을 뱉었다. “그래서 뭐, 여기서 전우들 영혼이라도 만날 줄 알았어?”
그는 피식 웃었다. “아니, 그냥 궁금했어. 우리가 지키려던 게 뭐였나.”
그 순간, 골목 끝에서 흑공이 꿈틀댔다. 단순한 연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 있었다.
검은 안개 속에서 작은 손가락들이 바닥을 더듬다 사라졌고, 벽을 기어오르는 머리카락이 서로 엉키며 뒤틀렸다. 눈알 같은 것들이 둥둥 떠다녔다. 무엇인가 태어나려 했고, 곧장 죽었다.
그는 조용히 흑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알았지. 지키려던 건 없었다는 걸.”
그의 발끝에서부터 흑공이 기어 올라왔다. 살갗에서 작은 이빨들이 돋아났다 사라졌고, 손등엔 뿔 같은 것이 자라났다가 부러졌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여기 남겠다고?”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젠, 아프지도 않네.”
그의 폐에서 나온 연기가 검게 변했다. 검은 실 같은 것이 목구멍에서 흘러나와 허공으로 퍼졌다. 그는 천천히 사라져갔다.
“마지막으로 한 대 더 있냐?”
나는 남은 합성담배를 꺼내 그의 입에 물려줬다.
“불 붙여줘.”
라이터를 튕겼다.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 순간, 그의 손끝이 흩어졌다. 피부를 뚫고 나온 촉수들이 허공을 더듬다가 바람에 흩어졌다. 작은 손가락들이 꿈틀거리며 바닥을 할퀴다, 사라졌다. 눈알들은 허공을 한 번 굴러보더니,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바닥에는 다 피우지 못한 합성담배 한 개비만 남아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 담배를 주워 들고, 땅에 문질렀다.
그 순간, 재가 아니라 얇은 머리카락 같은 것들이 삐죽 솟아올랐다가, 부러져 흩어졌다.
이 동네에선, 남는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