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화, 5분간의 기적
“꽃을 피우시겠습니까?”[예] / [아니오]
나는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엄지손가락이 자동으로 [예]를 눌렀다.
테이블 위에 놓인 추모화(追慕花)가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검붉은 꽃잎이 부드럽게 펼쳐지며, 희미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연기 속에서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
그녀는 익숙한 앞치마를 두른 채,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게 누구야. 아침도 안 먹고 나갔더니 결국 얼굴이 반쪽이 됐네.”
나는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목이 메었다.
5분. 딱 5분 동안만, 죽은 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
“밥은 챙겨 먹고 다니냐?”
그녀는 싱크대에 손을 얹고 나를 바라보았다. 이건 시뮬레이션도, 환상도 아니다. 그녀는 여기에 있다. 적어도 이 5분 동안은.
“…그냥 대충.”
“대충은 무슨. 여전히 라면만 먹지?”
그녀는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가스레인지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 부엌도, 냄비도, 불도. 그녀는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실체는 없다.
나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남은 시간: 3분 12초.
“이거, 그거지? 그리인가 뭔가 하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꽃.”
“응.”
“비싸다며?”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한 송이를 사기 위해 두 달치 월급을 날렸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환하게 웃었다.
“바보 같은 녀석. 이런 데 돈 쓰지 말고, 제대로 된 밥이나 사 먹어.”
남은 시간: 1분 46초.
나는 뭔가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이든, 그녀가 살아있을 때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울지 마.”
나는 울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건 정말, 바보 같은 일이었다.
남은 시간: 30초.
그녀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 아주 잠시, 손끝에 익숙한 온기가 스쳤다. 하지만, 그 순간—
시간 종료.
그녀의 모습이 서서히 연기로 변했다. 검붉은 꽃잎이 하나둘 떨어지며, 그녀를 덮어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사라졌다.
나는 텅 빈 테이블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5분. 겨우 5분.
나는 남은 꽃잎을 손으로 쓸어 모았다. 손바닥 위에서 부서지는 꽃잎의 감촉이 서늘했다.
나는 언제나, 마지막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조용히, 또 한 송이를 주문했다.
참고 설정
✅ 추모화(追慕花, Memorial Bloom)죽은 이를 5분간 재현하는 신기술 기반의 꽃. 단순한 홀로그램이 아니라, 기억의 잔류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체를 형성하는 고급 감각 인터페이스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단, 오직 5분간만 존재 가능하며, 시간이 종료되면 연기가 되어 사라진다.
✅ 그리(Grie)추모화를 개발한 신기술 연구자이자, 생명 데이터 복원 분야의 선구자. 초기에는 윤리적 논란이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마지막 인사’라는 개념으로 사회적 허용을 받게 되었다.
✅ 재현 원리사용자가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망자의 기억과 대화 패턴을 분석하여 제한된 시간 동안 물리적 존재로 형성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잔류 데이터에 불과하며, 진짜 부활이 아니라는 점이 연구자들에 의해 강조된다.
✅ 경제적 비용한 송이의 추모화 가격은 일반 노동자의 두 달 치 월급에 해당할 정도로 고가다. 따라서 이를 구매하는 것은 경제적 부담이 크지만, 소중한 이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 사회적 논란추모화를 경험한 사람들의 정신적 후유증이 보고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일부 사용자는 이 경험에 중독되어 경제적 파탄에 이르거나,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잃어버리는 부작용을 겪는다. 일부 사례에서는 매일 추모화를 사용하다가 결국 자살하는 이들도 보고되며,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