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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크리스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20대 무명 헤비메탈 연주자 크리스가 배달용 도시가스 판매장 판촉공연 행사 중 사고로 죽었다는 편지에 광팬이던 갓 소년티를 벗은 시골 청년 요섭은 무작정 도시까지 그의 장례식을 찾아갔다. 유일한 보호자인 할매에겐 돈이 없었기 때문에 소년은 열차도 차량도 없이 도보로 흑공분출의 위험도, 야생동물이나 범죄자의 위험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울면서 밤새 산을 넘어 도시의 야경을 맞이했다. 다행히 도시 외곽 노마드 영역에 있던 후져빠진 레드 몽키즈 클럽은 끝의 S가 떨어져 나간 지 옛날이었다. 소년은 그 떨어져 나간 S가 붙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홀로 크리스의 단독 공연을 본 날.

– 소년이 사는 집은 그 흔한 공중파수신 단말수상기조차 없어서 이런 걸 접하기 힘들었지만, 어느 겨울 동짓날 근처에 오얏 세 개를 내고 민박으로 집에 묵어간 노마드 방랑자가 주접을 떨면서 인생을 바꿀 거라며 주고 간 비주얼 디스크를 친구 집에 가서 몇 번이고 틀었다. 어처구니없게도 그 주접떨던 노마드가 튀어나와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고 스피커를 부쉈다. 그 영상은 공연멤버들이 연주를 멈추고 튀어나와 주접떨던 노마드를 말리면서 끝났지만, 그의 보컬과 연주는 소년의 마음을 뒤흔들어버렸다. 그리고 메타데이터에 적힌 촬영 장소를 따라 무작정 찾아간 그곳 ‘레드 몽키즈 클럽’에는 술에 쩐 크리스가 나자빠져 있었다. 크리스는 소년을 알아보곤 술병이 나뒹굴고 바닥이 끈적거리는 클럽 한가운데에 의자를 가져다가 요섭을 앉혀두고 비틀거리며 전기도 안 통하는 코드를 연결하곤 소리도 안 울리는 기타를 들고 열정적인 공연을 했다. 한 소년을 위해. 한밤에, 소리 없는, 구토로 끝난.

크리스의 친구들 몇이 모인 어둡고 외진 추모장에서 그는 그를 맘에 들어 한 크리스의 어머니에게 크리스의 기타를 선물 받고 추모장의 몇몇에게 축하를 받으며 밤새 이야기를 나눴고 첫술은 너무 독했다. 과음한 요섭은 아침나절에 정신을 차렸지만 가게를 청소하던 사람들이 자꾸 자신을 크리스라고 부른다는 사실에 의아해했다.

nft_fewk0054.1699699290.txt.gz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3/11/11 10:41 저자 whtdr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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