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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권력이다
힙스는 트렌드가 생명인 도시였다.
살롱즈 귀족들이 입는 유행이 힙스로 내려오면, 자본구 상류층이 따라 입었고, 그게 노마드에게까지 흘러가면 ‘완전히 끝난 유행’으로 간주되었다.
이곳에서 스타일은 곧 권력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권력의 균형을 흔드는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무신경 패션이었다.
완벽한 트렌드를 좇던 힙스 사람들이 갑자기 패션을 포기하는 게 가장 힙한 것이라 선언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옷을 입고도 “아무거나 대충 걸쳤어”라고 말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아무거나 대충 입어도
“대충 입은 것처럼 보이는 비싼 옷”을 입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진짜 아무렇게나 입은 자가 등장했다.
그의 이름은 릴 더스트. 그는 애초에 패션이란 것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힙스의 쇼핑몰을 전전하며 폐품을 주워 입고 다니던 그는, 사실 트렌드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초월적인 무신경함이 오히려 힙스의 패션 리더들보다 더 자연스러웠다. 그는 런웨이에 서지 않았지만, 힙스의 패션 거리에 서기만 해도 모든 트렌드세터들이 경악했다.
“저게… 진짜 무신경이다…!”
순식간에 힙스 전체가 술렁였다.
그는 마트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비닐봉지를 걸치고, 길거리에서 주운 신발을 신으며 도시를 돌아다녔다.
그의 존재 자체가 힙스의 모든 패션 트렌드를 위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비닐봉지마저 벗어던졌다.
완벽한 무신경을 향한 마지막 단계였다. 그러나 곧 질문이 쏟아졌다.
“치부를 덜렁이며 다니는 게 무슨 패션이냐?”
이에 힙스 패션계는 극단적인 해결책을 내놓았다. 릴 더스트는 주요 부위를 제거했고, 그의 몸은 완벽하게 매끈한 형태가 되었다.
“가릴 것이 없다면, 부끄러울 것도 없다.”
힙스 패션계는 이를 두고 환호했다. “이것이 패션의 궁극적 진화다!”라고.
그러나 다른 구들은 이 광경을 보며 경악했다.
궁정구는 “힙스 놈들 미쳤군”이라며 혀를 찼고, 서민구에서는 “패션이 아니라 사회적 재난”이라는 조롱이 쏟아졌다. 심지어 살롱즈마저 이 흐름을 멀리하며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힙스에서도 이 패션이 오래가진 않았다.
사람들이 따라 하기 시작하자, 힙스 상류층은 그것이 더 이상 힙하지 않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