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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된_의지

중복된 의지

공단계 기업들은 물질계에서 유능한 인재를 선별해 의지체를 고용한다. 본체는 일하지 않아도 되며, 계약만으로 거액을 받는다.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이 시스템도 누군가에게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니코는 계약 후 매일같이 하루 종일 일하는 꿈을 꾸었고, 현실의 삶은 황폐해졌다. 결국 계약을 의심했지만, 퇴사를 위해선 본체와 의지체가 동시에 퇴직 요청을 해야 했다. 문제는 원리상 그들의 접촉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시스템에서 알림이 떴다.

“공단계에서 접속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승인하시겠습니까?”

그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접속자의 신원 정보는 자신과 같았다.

“드디어 찾았군.”

공단계의 자신이었다. 더 세련된 몸가짐, 또렷한 말투. 그리고 그는 본체보다 먼저 퇴사를 원하고 있었다.

긴 대화 끝에 결론은 같았다.

“계약 해지. 그리고 퇴사.”

의지체는 소멸할 운명이었지만,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미니코 역시 월급 따위는 없어도 좋으니 악몽이 끝나길 바랄 뿐이었다.

그 순간, 방의 전등이 깜빡였다. 공단계에서도 정전이 발생했다. 머릿속이 울리는 듯한 두통이 시작되었다. 서버는 경고음을 울리며 필사적으로 오류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사람의 노력은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

그는 발전기를 연결하고, 정전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 두통을 참아가며 마지막 입력을 마쳤다.

그리고, 둘이 동시에 퇴사 신청 버튼을 눌렀다.

그들의 존재가 겹쳐지는 순간, 자연은 자동으로 오류를 교정했다.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현실에서는 한 건물이 무너졌고, 공단계에서는 실험실이 폭발했다. 뉴스는 이를 짧게 보도하며, 전문가들은 인과율 오류에 의한 자연적 현상이라 설명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광고가 이어졌다.

“공단계에서 성공해보세요! 높은 연봉과 안정된 미래가 보장됩니다.”

중복된_의지.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5/02/13 08:11 저자 whtdr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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