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_1-3_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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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티_1-3_원고 [2024/06/04 12:25] – whtdrgon | 케이티_1-3_원고 [2024/06/04 13:03] (현재) – whtdrgo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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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3 가상의 몸, 진짜 고통 | + | ==== 1-3 가상의 몸, 진짜 고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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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문신 남자는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낡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머리를 한쪽으로 쓸어넘기며 주변을 둘러본 뒤 튼튼한 손을 뻗어 케이티에게 영화상 카드를 건넸다. | + | [[문신 남자]]는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낡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머리를 한쪽으로 쓸어넘기며 주변을 둘러본 뒤 튼튼한 손을 뻗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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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남자의 팔뚝에는 [[푸른 깃발]] 모양의 문신이 선명했다. [[러너]]들 사이에선 자신들만의 문양을 스티커처럼 새기는 게 유행이었지만, | + | 남자의 팔뚝에는 [[푸른 깃발]] 모양의 문신이 선명했다. [[러너]]들 사이에선 자신들만의 문양을 스티커처럼 새기는 게 유행이었지만, |
| - | 케이티는 불길한 예감을 감추며 [[트랜스 장치]]를 장착했다. 영화상 카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피투성이 환자복,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들, 정체 모를 공포. 모든 것이 뒤죽박죽 뒤섞여 쏟아져 나왔다. 절규가 터져 나오려 했지만 목에서 나오는 건 앓는 소리뿐이었다. | + | [[케이티]]는 불길한 예감에 바이러스 방어 기능이 있는 |
| - | 고통의 한계에 다다른 순간, 남자의 손아귀가 케이티의 목을 짓눌렀다. 심상에서 겨우 빠져나온 케이티의 눈에 그의 형상이 들어찼다. 사나운 맹수를 방불케 하는 광기 어린 눈빛. | + | 고통의 한계에 다다른 순간, 남자의 손아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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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명도 지를 새 없이 주먹과 발길질이 쏟아졌다. 이건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의 범주를 넘어선 폭력이었다. 현실이었다면 이미 숨이 끊어졌을 지경이었다. 문신 남자는 미친 듯 케이티를 때렸다. 자신의 광기를 쏟아내기라도 하듯. 그러다 무언가 떠올랐는지 맥없이 케이티를 내팽개쳤다. | 비명도 지를 새 없이 주먹과 발길질이 쏟아졌다. 이건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의 범주를 넘어선 폭력이었다. 현실이었다면 이미 숨이 끊어졌을 지경이었다. 문신 남자는 미친 듯 케이티를 때렸다. 자신의 광기를 쏟아내기라도 하듯. 그러다 무언가 떠올랐는지 맥없이 케이티를 내팽개쳤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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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요. 처음 봐요.” | “아니요. 처음 봐요.” | ||
| - | 케이티의 대답에 문신 남자는 케이티를 던져버리듯 놓고는 몇백 바이트 어치의 | + | 케이티의 대답에 문신 남자는 케이티를 던져버리듯 놓고는 |
| - | 바닥에 널브러진 채 가쁜 숨을 몰아쉬던 케이티의 눈에 남자가 구겨 던진 즉석 프린트물이 보였다. 노신사의 얼굴이 담긴 것이었다. [[새우거리]]에도 종종 오는 [[로세아국]] 사람들이 디스플레이 대신 저런 인쇄지가 나오는 | + | 바닥에 널브러진 채 가쁜 숨을 몰아쉬던 케이티의 눈에 남자가 구겨 던진 즉석 프린트물이 보였다. 노신사의 얼굴이 담긴 것이었다. [[새우거리]]에도 종종 오는 [[로세아국]] 사람들이 디스플레이 대신 저런 인쇄지가 나오는 |
| - | [[신성]], 고급 정장의 노신사, [[수호사]], | + | [[(주)신성]], 고급 정장의 |
| 피멍이 들고 살갗이 터진 모습으로 케이티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오늘 당한 폭력에 눈물이 날 법도 하건만, 이상하리만치 무감각해진 자신을 발견했다. | 피멍이 들고 살갗이 터진 모습으로 케이티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오늘 당한 폭력에 눈물이 날 법도 하건만, 이상하리만치 무감각해진 자신을 발견했다. | ||
| 새우거리 자체가 질 나쁜 환락가였고 케이티처럼 [[접속기]]를 사용하지 않는 인공계 출입자들은 [[에고 부족]] 때문에 행동이 과격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이런식의 폭력은 케이티로서도 처음이었다. 새우거리 인공계에서의 신체를 수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죽지만 않는다면. 아니, [[드랍아웃]]만 당하지 않는다면. 케이티는 가볍게 신체를 초기화시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체의 상처는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정신적 충격은 오래갈 것 같았다. | 새우거리 자체가 질 나쁜 환락가였고 케이티처럼 [[접속기]]를 사용하지 않는 인공계 출입자들은 [[에고 부족]] 때문에 행동이 과격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이런식의 폭력은 케이티로서도 처음이었다. 새우거리 인공계에서의 신체를 수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죽지만 않는다면. 아니, [[드랍아웃]]만 당하지 않는다면. 케이티는 가볍게 신체를 초기화시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체의 상처는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정신적 충격은 오래갈 것 같았다. | ||
| - | 이 모든 폭력이 낯설지 않다. 새우거리에서 보내는 나날들, 고통의 크기만 다를 뿐 본질은 다르지 않다. 남다르게 전문적인 군사용 고문 영상 덕분에 케이티는 자신이 익숙한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자각했다. 그것이 삶의 전부인 듯했다. 노신사에게 받은 [[광제 금화]]를 바라보자 씁쓸함이 밀려왔다. 그 금화는 마음의 짐을 덜어주지 못했다. 모든 게 부질없어 보였다. | + | 이 모든 폭력이 낯설지 않다. |
|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은 할머니처럼 비극적 종말은 원치 않는다. 뭔가 특별한 존재가 되어 보고 싶다는, 위험한 충동 같은 게 꿈틀거렸지만 케이티는 자신도 모르게 한적한 낚시를 하는 황홀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은 할머니처럼 비극적 종말은 원치 않는다. 뭔가 특별한 존재가 되어 보고 싶다는, 위험한 충동 같은 게 꿈틀거렸지만 케이티는 자신도 모르게 한적한 낚시를 하는 황홀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 ||
케이티_1-3_원고.1717503904.txt.gz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4/06/04 12:25 저자 whtdrg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