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고전명작
“영화 필름을 찾아달라고?”
수덕 팀의 리더, 강인한 인상의 남자가 홀로그램 화면에 띄워진 의뢰 내용을 설명하자 전투복 차림의 팀원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의뢰인은 한 유명 러너, 화사한이라는 이름의 여성이었다.
“살롱즈 브로드웨이 경매소에 보관 중이라는데… 돌파 작전이 필요할 것 같긴 한데, 거기서 함부로 난동 부리면 우리 이미지에 타격이 갈 거야.”
누군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살롱즈 브로드웨이, 그곳은 상류층들의 아지트이자 철통 같은 경비로 유명했다.수덕 팀은 화끈한 전투가 특기였지만, 그런 곳에서 싸움을 벌인다면 업계에서 매장당할 수도 있었다.
“일단 정보를 더 모으고, 접근 방식을 고민해 보자.” 리더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팀원들 얼굴에는 이 부담스러운 임무에 대한 망설임이 엿보였다.
그때, 지현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선 인물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한 명 더 영입했어. 우리에겐 꼭 필요한 인재라고 생각해서.” 지현의 뒤에서 나타난 건 케이티였다. 얌전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그녀에겐 묘한 카리스마가 흘렀다.
“케이티라고 해요. 심상을 읽고 전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죠.”
재생사라니, 너무나 하찮았기 때문에 러너들에겐 그리 익숙하지 않은 직업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누구도 재생사를 떠올리진 못했을 터. 하지만 이번 의뢰를 조용히 끝내기 위해서는 그 능력이 필요할 듯 했다.
화려한 살롱즈 브로드웨이. 그 공간에 잠입하기 위해, 케이티는 우아한 드레스로 치장했다. 지현과 수덕 팀의 도움으로 그녀는 완벽하게 변신했다. 아무도 그녀가 서민구 출신이란 걸 알아차리지 못할 터였다.
'저쪽 구석, 바에 앉은 남자… 뭔가 수상한데.' 케이티의 직감이 속삭였다. 케이티는 그동안 가 본 인공계가 새우거리 밖에 없었기 때문에 막연히 그런가보다 했지만 이번 경험으로 인공계에서 사람들의 생각조차 심상처럼 읽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표적의 마음속에선 거래, 영화 필름, 창고 같은 단어들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가 경매 관계자이면서, 호기심에 이끌려 온 허영 가득한 인물임을 간파한 케이티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관심 있으신 작품이라도 있나요?” 부드러운 음성과 함께 그의 곁에 다가앉은 케이티. 남자의 눈빛이 그녀의 곡선을 훑었다. 욕망이 깃든 시선. 하지만 그녀는 속으로 비웃으며 오히려 그에게 바짝 다가섰다.
“여기선 못 들어본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데… 우리만의 공간은 없을까요?”
“당연하죠, 주차장에 제 리무진이 있어요.”
손짓으로 남자를 이끈 케이티. 어둠이 내려앉은 주차장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수덕의 팀원들이었다. 총구를 겨눈 채 남자를 둘러싼 그들. 전투복에 파워셀을 줄줄 달고 있는 완전무장의 수덕 팀원들은 존재만으로도 남자를 당황시켰다. 남자가 소리쳤지만, 케이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상황을 통제하려 애썼다. 그녀의 말에 강렬한 설득력이 담겨있었다.
“필름의 위치를 정확히 말해주세요. 그러면 모두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남자는 케이티의 눈빛을 마주하다 이내 시선을 떨구었다. 그녀의 당당한 태도에 결국 저항할 의지를 상실했다. 케이티의 능력 덕분에 필름의 정확한 위치가 드러났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작전의 첫 단추는 훌륭하게 끼워졌다. 리무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케이티가 문득 물었다.
“그나저나 화사한이라는 분이 되찾고 싶어 하는 그 필름, 그렇게 귀한 물건인가요?”
“내 스승님도 옛날에 화사한과 한 팀이었대. 그 필름 말이야, 사실 화사한이 배틀 마커로 전향하기 전에 찍었던 에로 영화래. 제목이 '쌍맷돌'이라나? 아무래도 흑역사로 묻어두고 싶은가 봐.”
“에로 영화라고요? 상상도 안 가는데…” 화사한의 은밀한 과거에 케이티의 호기심이 동했다.
“어찌 됐건, 그녀의 소중한 필름이겠죠. 우리가 되찾아줘야 해요.”
각자의 생각에 잠긴 채, 일행은 다음 작전 수행을 위해 창고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