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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_2-1_원고

2-1 러너와 수호사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한 케이티새우거리에 불어온 미묘한 변화의 기운을 느꼈다. 좁다란 골목을 가득 메운 인파 사이로 낯선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언제나 새로운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이지만, 뭔가 달랐다.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자들, 러너들의 개성은 가상 세계에서도 가려지지 않는 법이었다. 거기에 제복을 갖춰 입은 사내들까지. 섬뜩한 예감이 케이티의 등줄기를 훑고 지나갔다.

직감적으로 그들의 정체를 꿰뚫어 본 케이티는 몸서리쳤다. 대사관에서 일하는 병력 같은 수호사들, 그리고 불법적인 일을 도맡는 도시의 용병, 러너들. 그들은 케이티에게 너무나 위협적인 존재들이었다.

길가에 멈춰 선 수상한 남자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의 옷깃에는 반짝이는 은색 뱃지가 달려 있었다. 수호사들이었다. 도시의 치안을 책임지는 공권력의 상징이었지만, 때로는 러너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수호사들의 제복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감춰진 내부의 무게감이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러너들 역시 개성 넘치는 패션으로 주변과 동떨어진 인상을 풍겼다. 수호사들이 골목 안쪽을 주시하고 있는 동안, 건물 옥상에서는 기묘한 인영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낡은 트렌치코트, 첨단 장비로 무장한 그들은 러너들이었다. 정보를 전달하고, 의뢰를 수행하는 도시의 그림자였다. 화려한 문신,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비밀스레 숨겨둔 무기들. 그들은 괴상한 패션이 우글대는 새우거리에서도 어울리지 않는 생경한 풍경이었다.

케이티는 그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겉으로는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인지도 몰랐다. 수호사들은 러너들을 통제하려 했고, 러너들은 수호사들의 감시를 피해 활동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이 거대한 도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같은 팀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케이티는 그들 모두에게서 'Z'라는 투명 문자를 읽을 수 있었다. 케이티조차도 의식적으로 주목하지 않으면 눈치채기 힘든, 교묘히 감춰진 암호 같았다.

금세 알 리 없는 일이었지만, 본능은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래도 티 낼 순 없었다. 평소처럼 가벼운 발걸음과 밝은 미소를 짓는 데 집중했다. 수상한 낌새를 보이면 오히려 관심을 살 게 뻔했다.

“트랜스 재생, 스페셜 서비스 준비합니다!”

가게 문을 열고 활기찬 목소리로 일과를 시작했다. 익숙한 리듬에 몰두하자 불안은 조금 수그러드는 듯했다. 하지만 문 너머로 보이는 거리의 풍경은 어쩐지 낯설기만 했다. 수호사, 러너, 정체불명의 무리들. Z라는 표식을 달고 배회하는 불길한 그림자 같은 존재들로 새우거리는 가득 차 있었다.

음산한 기운에 몸서리친 케이티는 문득 위험한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알던 평화롭던 일상은 멀어져 가고, 알 수 없는 음모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는 것만 같았다. 새우거리를 뒤덮은 불길한 안개는 마치 멸망 이후의 세계를 연상시켰다.

'어떻게든 버텨내야 해. 내일은 나아질 거야…'

케이티의 마음은 무거웠다. 하지만 물러설 순 없었다. 불안을 떨치고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손님을 맞이했다.

케이티_2-1_원고.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4/06/04 13:21 저자 whtdr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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